양압기를 처방받고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 있다. 심지어는 불편하고 답답해 결국 적응에 실패하거나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전문의와 상의하여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고 적정 압력 설정·조정해 나가면 대부분은 큰 문제 없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만준 홍보위원(대한수면호흡학회)은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양압기는 잠옷처럼 편안하게, 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압기 적응 성공을 위한 방법을 전했다. 박 위원에게 양압기 치료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과 대처법, 수면무호흡증의 궁극적 치료를 위한 일상 속 예방법까지 종합적으로 물었다.

양압기 적응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양압기를 사용하기 편한 방법을 본인 몸에 익혀야 합니다. 불편하게 쓰는 법을 익히고 있다면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런 것들을 의사와 적절하게 상담할 수 있어야 하겠죠. 특히 양압기 기계는 반영구적으로 계속 쓰는 거지만, 마스크와 끈은 소모품입니다. 느슨해질 수도 있고 얼굴에 매일 밀착하는 거기 때문에 마모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기계에서 전달되는 압력이 기도로 잘 전달되지 않고 눈이나 입으로 새서 불편감을 야기할 수 있고 효과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코의 문제가 양압기 사용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양압기는 코로 압력을 전달해서 입과 목구멍으로 넘기는 기기이기 때문에 코가 편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코가 막혀있는 경우 양압기 사용이 불편할 수가 있겠죠. 그럴 때 의심할 수 있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만성 비염, 알레르기 비염, 그리고 부비동염(축농증)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코에 대해 먼저 치료해서 양압기를 쓰기 편하게 만드는 접근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체중인 경우에도 양압기 사용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수면무호흡, 코골이의 원인 중 하나가 과체중이죠. 체중이 늘면 기도가 그만큼 많이 눌립니다. 그러면 눌린 기도를 펴기 위해서 가해지는 양압기의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어요. 환자는 더 센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는 겁니다. 또 음주와 과식을 하게 되면, 자는 동안 위산이 많이 역류하게 되고, 목구멍·후두·코도 많이 붓기 때문에 양압기 압력 자체도 올라가게 돼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외에 다른 수면 장애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불면증, 렘수면 장애(몽유병), 하지불안증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질환이 동반되면 양압기 착용이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외에 수면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도 양압기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양압기의 적정 압력은 어떻게 찾나요?
당연히 효과는 좋고 불편함이나 부작용 우려는 낮은 압력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그런데 그건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같은 개인에게서도 그날그날 달라요. 음주를 했다거나, 감기에 걸린 경우, 알레르기 비염으로 코가 부은 경우, 심지어는 수면 자세의 변화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압기를 사용하게 되면 기계에 각종 데이터가 저장됩니다. 그런 걸 보면서 주기적으로 이비인후과 전문의나 수면다원검사 전문의 선생님께 진단을 받으면서 압력을 맞춰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간혹 연세가 많거나 심장·뇌혈관질환이 있어서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더 엄격하게 양압기나 무호흡을 조절해야 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병원에 하루 더 내원해서 적정 압력을 찾는 수면다원검사를 한 번 더 시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양압기 치료의 부작용도 있을까요?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작용은 일단 없습니다. 가볍게는 호흡할 때 답답함을 느끼거나, 마스크를 끈에 눌리는 것과 같이 마스크 착용 자체에 대한 불편감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런 불편감들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쉽게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정말 드물지만 기흉, 폐기종,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경우에는 양압기 치료에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양압기를 통해 압력을 주는 것 자체가 그런 질환으로 인해 얇아진 폐포나 폐를 터뜨릴 수도 있고, 공기를 폐 안에 가둬버릴 수 있어서 위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압력이면서 최소한의 낮은 압력으로 하는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것들은 인증된 수면다원검사 전문의나 이비인후과 전문의로부터 철저하게 상담을 하고 처방을 받고, 주기적으로 내원하면서 체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양압기 치료를 잘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하겠지만, 양압기 사용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을 하나씩 해결해야 합니다.

1. 코, 목의 구조적 문제나 질환 치료
수면무호흡과 코골이 원인 중 10~20%는 코예요. 물론 편도나 입, 목구멍이 좁아지는 게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이나 감기처럼 코 점막이 부어 있으면 코골이가 더 심해지고 양압기 압력도 올라갑니다. 압력이 올라가니까 환자는 불편하죠. 그러다 보니까 양압기를 안 쓰게 되는데, 우선적으로 동반된 코 질환(알레르기 비염, 만성 비염, 부비동염, 축농증)을 검사하고 치료해야 됩니다. 또 코안이 구조적으로 너무 좁거나 비중격이 너무 휘어 있는 경우에는 비염 수술, 비중격 교정술 같은 것들을 통해서 코를 숨쉬기 편안하게 치료하거나 수술까지 해주는 경우 양압기 사용이 훨씬 편해질 수 있습니다.

또, 청소년기나 젊은 성인 같은 경우 편도 비대가 아직 남아 있거나, 코 뒤쪽에 '아데노이드'라고 하는 일종의 편도 조직이 남아 있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런 것들을 조절하는 수술한다면 양압기 압력이 조금 낮아지기 때문에 도움 될 수 있습니다.

2. 구강 내 장치 활용
구조적으로 턱뼈가 작은데 혀는 큰 분들이 가끔 있어요. 그런 경우는 구조적으로 기도가 잘 막혀서 수면무호흡에 불리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때는 수면할 때 구강 내 착용 장치를 제한적으로 조심스럽게 대체해 볼 수는 있습니다.

3. 생활 습관 교정과 단계적 접근
양압기 착용을 한 번 실패하신 분들은 양압기 대해 부정적인 기억으로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양압기 사용을 잠시라도 멈추고, 조금 마음이 편안해지고 본인이 다시 이걸 해볼 수 있는 준비가 심리적으로 됐을 때, 낮은 압력으로부터 다시 시작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양압기 사용을 멈춘 기간에는 생활 습관 교정을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식사나 운동, 가능한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약물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체중 감량만 조금 해도 낮은 압력으로 양압기를 편안하게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 양압기는 잘 때 입는 잠옷처럼 편안하게, 또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한 인생을 말할 때 우리는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먼저 꼽는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 특히 잠을 방해하는 요인 중 '수면무호흡증'은 잘 자는 문제를 넘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하이닥은 지금까지 <대한수면호흡학회>와 함께 질환으로서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그리고 가장 확실한 치료법인 '양압기'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우리의 잠을 방해하는 다양한 원인 질환을 파악하고, 올바른 양압기 사용으로 모두가 '잘 자는' 삶에 한발 다가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