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허리를 숙였다가 '삐끗'한 뒤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닐 수 있다. 허리 통증은 염좌, 디스크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 감별이 쉽지 않다. 특히 증상을 가볍게 넘기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신경 손상이나 하지 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형외과 전문의 김정훈 원장(송파바른정형외과)의 도움말을 통해 허리 통증의 대표 원인 질환부터 증상, 치료, 예방법까지 살펴본다.

q.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는 흔히 염좌, 디스크, 협착증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각각 어떤 질환인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흔히 '디스크'라고 말하지만, 사실 디스크는 병명이 아닌 해부학적 명칭입니다. 디스크는 허리뼈 사이에 위치한 원판형의 물렁뼈로, 충격을 완화해 주는 일종의 '방석'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오래 사용한 방석은 겉감이 해지면서 충격에 의해 찢어지고, 그 틈으로 내부의 스펀지가 빠져나오게 되죠.

디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섬유륜이라는 섬유 조직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를 겪고, 손상이 생기면 그 틈을 통해 내부의 수액이 밖으로 삐져나오게 됩니다. 디스크 뒤에는 다리로 가는 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탈출된 수액이 신경을 압박하거나 자극하게 되면 '디스크 탈출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집니다.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중앙에 있는 관(척추관)이 좁아져서 신경이 눌리는 질환입니다. 허리뼈 5개와 디스크가 연결되어 하나의 기둥처럼 쌓이면서 관(척추관)이 형성되는데, 나이가 들면 이 관을 구성하는 뼈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이 좁아지고, 내부를 지나가는 신경 줄기를 압박하게 됩니다. 또한 염좌는 허리뼈 사이 관절을 지지하는 인대나 근육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늘어나거나 찢어진 경우를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허리를 삐끗했다'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정리하자면, 염좌는 허리 통증이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보다는 엉덩이, 다리 쪽으로 당기거나 저린 통증이 나타나며, 오래 걸을수록 증상이 악화됩니다. 디스크 탈출증은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려 신경 지배 부위인 다리에 강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q. 단순 통증과 디스크 탈출증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다리에 통증이나 저림이 생긴다면, 또는 선 자세에서 허리를 숙였을 때 다리 쪽으로 증상이 퍼진다면 디스크 탈출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단순 근육통은 주로 허리 주변에 국한된 통증으로, 다리 저림이나 방사통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할 신호가 있다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디스크 뒤에는 다리로 가는 신경뿐 아니라 대소변을 관장하는 신경도 지나갑니다. 이 신경들이 심하게 압박되면 하지 마비나 대소변 조절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탈출된 디스크를 빠르게 제거해서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영구적인 장애가 남지 않도록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q. 신경 차단술과 신경 성형술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면서 염증 반응도 함께 유발되는데, 이 염증이 신경을 더 자극해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항염증 약물을 신경 주변에 주입하는 것이 바로 신경 차단술과 신경 성형술입니다.

신경 차단술은 신경 줄기에서 갈라져 나오는 신경 가지 부위에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입니다.반면 신경 성형술은 신경 줄기 그 자체에 접근하여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여러 부위에 디스크 탈출증이 있거나, 척추관 협착증 환자에게 신경 성형술을 시행하며, 두 시술 모두 드물게 신경 손상이나 감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디스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가요?
디스크는 혈관이 거의 없는 조직이라 자연 회복이 어렵고, 퇴행성 변화도 빠르게 나타납니다. 심지어 10대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한 번 손상된 디스크는 원래대로 회복되기는 어렵지만, 퇴행 속도를 늦추는 관리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오래 앉아 있지 않기 △1시간 앉으면 5~10분 가볍게 움직이기 △과체중 조절과 같은 생활 습관이 디스크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q. 허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오래 복용해도 괜찮을까요?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위장 장애, 간·신장 기능 저하, 심혈관 부작용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이 발생했을 때는 무조건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수술의 적기는 언제인가요?
대부분의 허리 통증 환자, 약 80~90%는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됩니다. 하지만 6~8주가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참을 수 없는 통증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하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처럼 기능적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수술을 미루지 말고 빠르게 진행해야 영구적인 장애를 막을 수 있습니다.

q. 허리 통증이 있다면 어떤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급성 허리 통증 환자에게는 운동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는 조직이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한 안정이 우선입니다. 만성 통증 환자는 운동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미 근력이 약화돼 있거나 척추 구조에 변형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이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동작보다는 서 있는 자세 유지, 가벼운 걷기 운동 같은 유산소 운동을 추천드리며, 달리기는 디스크에 충격을 줄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허리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단순 통증으로, 1~2주, 길어도 4주 안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기획 = 김다인 건강 전문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