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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오래 쓰려면, '연골판'을 아껴야 한다" 정형외과 의사 조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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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은 쓰면 쓸수록 닳는 탓에 나이가 들수록 병이 나기 쉽다. 물론 무릎 질환은 노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젊은 층에서도 연골 연화증을 비롯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선수나 무거운 짐을 자주 드는 등 무릎을 많이 쓰는 이들은 무릎 구조물에 문제가 생기고,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정형외과 조훈식 원장(아산재건정형외과)은 "무릎을 많이 쓰면 젊은층에서는 연골 연화증, 중장년층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라면서 이들 질환이 발생하는 과정과 치료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q. 무릎의 구조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무릎뼈는 크게 위 뼈, 밑 뼈, 앞 뼈 세 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 뼈와 밑 뼈 사이에는 이 뼈들을 잡아주는 4개의 인대와 두 개의 뼈를 감싸는 2~3mm의 연골이 있습니다. 무릎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위 뼈와 밑 뼈 사이 양쪽에 위치한 반달 모양의 반월상 연골판입니다. 이는 쿠션 역할을 합니다.

q. 연령별로 주의해야 할 무릎 질환을 짚어주신다면요.
다쳐서 발생하는 질환을 제외하고, 많이 썼을 때 생길 수 있는 질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질환은 외래에 왔을 때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질환들인데요. 바로 연골 연화증과 퇴행성 관절염입니다. 연골 연화증은 젊은 분들에게서,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있는 분들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죠.

먼저,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을 많이 사용하고, 이로 인해 무릎이 닳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사실 퇴행성 관절염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질환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말 그대로 퇴행, 사용해서 생기는 관절염이거든요. 우리는 걸어 다닐 때부터 무릎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누구도 퇴행성 관절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다만, 퇴행성 관절염은 단계가 있습니다. 'k-l grade'라는 기준을 통해 총 4단계로 나뉘는데요. 1, 2단계는 초기에 해당하고요. 이후 앞서 말씀드린 무릎 사이의 쿠션이 닳거나 해져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연골과 연골이 부딪히고 갈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부드럽게 움직여야 할 연골들이 닳으면서 부슬부슬 옷감처럼 올라오고, 벗겨지고 갈라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50% 이상 닳으면 3단계, 그다음에 완전히 다 닳아서 뼈가 바깥으로 드러나 부딪히면 4단계로 분류합니다.

젊은 분들은 연골 연화증을 주의해야 합니다. 연골이 연화됐다는 것은 옷감처럼 부슬부슬하게 변했다는 뜻입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이면 누구나 생길 수 있고요. 특히 골반이 넓은 여성에게서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골반이 넓으면 근육이 슬개골을 바깥쪽으로 밀면서 무릎이 바깥쪽으로 약간 틀어지고, 점점 무릎 앞쪽에 통증이 생기게 되죠. 연골 연화증은 평소 걸을 때는 괜찮은 데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 무릎을 구부리거나 양반다리를 할 때, 오래 운전할 때 등의 경우에 무릎이 쑤시고 시린 증상, 또는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q. 특정한 직업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무릎 질환도 있나요?
제가 스포츠 전문이라 스포츠 선수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여러 질환 중 선수 생명과 관련되어 있는, 유소년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오스굿씨 병'인데요. 이는 발차기를 할 때 앞쪽 뼈를 잡아당기는 부분에 통증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오스굿씨 병을 진단받으면 처음에는 약이나 주사도 써보고 하지만, 성장판 부분이 덜 닫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후에 운동을 지속하기가 좀 버겁습니다. 성인이 됐을 때도 생활하기 불편하고, 무릎을 꿇는 동작 등이 힘듭니다.

또 특정 방향을 회전할 때, 예를 들어 축구를 하다 갑자기 방향을 틀 때 외측 반월상 연골판이 찢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릎에 있는 쿠션은 크게 안쪽 쿠션과 바깥쪽 쿠션으로 나뉘는데요. 안쪽 쿠션은 주로 서서 걷는 데 사용되고, 바깥쪽 쿠션은 그 외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갑자기 회전하거나 속도를 빠르게 하고 늦추는 동작을 할 때는 바깥쪽 연골판을 많이 다치는데요. 연골판을 다치면 보호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골이 닳고요. 특히 택배처럼 직업상 무거운 것을 계속 드시는 분들은 앞쪽 무릎이 많이 닳는 편입니다. 앞쪽 무릎의 경우 따로 수술이 없기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q. 연골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연골도 수명이 있나요?
연골에 수명이 있는지 살펴보기보다는 무릎의 수명을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릎의 수명이란 말이 결국 연골의 수명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죠. 연골이 다 벗겨지면 무릎도 수명을 다합니다.

물론 망가져도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마치 바퀴가 없어도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말이죠. 그런데, 무릎이 닳으면 많이 못 걷고, 밤에 심한 통증이 찾아옵니다. 욱신거려서 아침에 일어나면 괴롭죠. 붓고 열이 나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이 찾아오면 많이 걷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육이 약해지고요. 근육이 약해지면 연쇄적으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무릎이 나빠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죠.

문제는 근육은 한 번 망가지면 되살리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근육을 만들어도 운동을 쉬거나 술을 마시면 금세 빠져버리듯 말이죠. 근육이 다 빠지기 전, 아플 때 수술하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q. 그렇다면 무릎 질환은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나요?
우선 진단부터 해야겠죠. x-ray를 찍어보면 무릎이 4단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x-ray를 통해 위, 아래 뼈가 얼마큼 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래 연골이 2~3mm 정도 되는데, 1~2mm로 낮아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1mm가 별 것 아닐 것 같지만, 많은 걸 시사합니다. 이는 단순히 연골이 닳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연골을 보호하는 보호대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연골이 얼마나 닳았는지, 무릎에 무릎이 차 있는지 등은 mri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들 검사로 무릎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후 약이나 주사 치료를 시행합니다. 제 전공이 무릎, 그중에서도 인공관절 치환술인데요. 무릎 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무릎 질환은 결국 인공관절로 귀결됩니다. 예를 들어 k-l grade 1, 2단계에서는 관절경이라고 하는 수술을 합니다. 3단계일 때는 오다리 교정 수술을 하는데요. 이는 퇴행성 관절염에 의해 안쪽으로 휜 다리를 바깥쪽으로 틀어주는 수술입니다. 고장 난 부분을 수술로 갈아주는 수술을 하기도 하고요. 아니면 통증을 주사로 완화하며 버티다가 다 망가졌을 때 무릎 전체를 새로 바꾸는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인공관절 수술이 다 좋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을 한 후 움직임이 편해지는 것은 맞지만 무릎 인대를 다 잘라버리기 때문에 움직임이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본래의 무릎을 완벽히 구현할 수 없는 것이죠. 때문에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는 분이 승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그렇다면, 인공관절 수술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무릎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젊은 분들에게 메시지 하나, 퇴행성 관절염을 걱정하는 분들에게 메시지 하나씩 전달하고자 합니다.

우선, 젊은 분들은 한창 운동해야 하는데 연골 연화증이라는 성가신 질환이 생겨 고생하는 사례가 많은데요. 연골 연화증을 진단받은 젊은 분 중 '나중에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하며 우울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심지어 대학병원에서는 낫지 않으니까 우울증 약을 함께 처방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연골 연화증 환자분들에서 이렇게 말씀드리곤 합니다. "지금은 활동량이 많아서 생겼지만, 나중에 운동량이 줄어드는 시기가 오면 '언제 아팠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잊혀지는 질환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요.

연골 연화증은 아파서 못 걷는 질환이 아닌, 다소 불편한 질환이라고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하셔야 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의문점이 드실 수 있는데요.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 웬만큼 지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면 도움 되는데요. 다만, 무릎이 굽혀지는 스쿼트, 런지 같은 운동은 앞무릎을 찍어 내리는 순간, 무릎 앞에서 통증이 더 심해지고, 연골이 닳을 수 있어 권장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몸을 찍어 누르는 운동을 피해 다리를 들어 올리고 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길 추천해 드립니다.

이제 퇴행성 관절염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봐야겠죠. 무릎은 연골을 보호하는 연골판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save the meniscus'라는 문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월상 연골판을 보호하자는 의미인데요. 이 문구가 왜 강조되냐 하면, 요즘 무릎 수술을 하는 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조금 찢어졌을 때도 관절경으로 갈아내고 수술하는 사례도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논문을 보면 30세 이상의 사람에게 관절경을 할 경우, 무릎이 퇴행성으로 빠르게 진행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되어 있어요. 쉽게 설명하자면, 슬리퍼의 뒷굽이 덜렁거릴 때 이를 잘라내면 순간은 편합니다. 하지만, 오래 신으면 발이 아프겠죠. 마찬가지로 약, 주사 등 여러 치료를 해보지 않고 무작정 수술을 하면 그 즉시 무릎의 수명이 뚝 떨어집니다. 때문에, 수술을 무작정 하지 않는 게 좋고요. 의사분들도 수술을 권유하기보다는 환자의 전체적인 삶을 고려하여 결정하시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 김지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조훈식 원장 (아산재건정형외과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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